무심한 세월은 흐르고 또 흘러갔다. 정부에서 주선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몇 차례 이루어졌지만 아버지와 아들을 만날 수는 없었다. 매들은 국경을 지우며 가을이 깊어지면 돌아오고 봄이 찾아오면 북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했다. 새로운 기계시설을 갖춘 방앗간이 늘어나면서 도르메물레방앗간도 과거로 사라졌다. 처남 송훈이는 방앗간을 그만두자 시간이 많이 남는다며 매사냥을 자주 나갔다. 열심히 하는 만큼 재미도 지고 백운에 매사냥 수준이 높다는 소문이 퍼지자 여기저기서 매사냥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찾아왔다. 우리는 예전부터 하던 놀이이고 좋아서 하는 일이었지만 민중생활사 연구소라는 곳에서 백운의 매사냥을 연구하겠다며 찾아왔다. 연구원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매사냥의 역사까지 알아내 두터운 책을 만들었다. 계절은 돌고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