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가는 길
728x90
반응형

사람의 기억 55

남한의 아버지 러시아 바이칼호수로 가다.

봄이 익어간다. 봄이 익으면 매들은 선선한 바람이 남아있는 고향을 그린다. 덩치가 큰 새들이 늘 그러하듯 날이 따뜻하면 하늘로 날아 오르는데 힘을 많이 쓰다보니 몸에 열이 오르고 사냥을 하는 것도 힘겹다. 그렇다고 벗으로 지낸 시절을 뚝 떼어내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도 매의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매는 벗을 외면하는 것도 뜨거워진 날씨를 버티는 것도 버겁다. 매가 돌아가야할 때가 되었다. 몸이 무거운 새들은 남쪽의 무더운 날씨를 견디기 힘들다. 날아오르는 처음 도약에 드는 에너지가 너무 커서 하늘의 바람을 타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크다. 지난 가을 매가 가지고 온 아버지의 소식, 너무나 설레이는 소식, 아버지와 아들을 만날 수 있다는 소식으로 겨울동안 너무도 행복했다. 이제는 매..

사람의 기억 2024.02.22

알혼섬으로 이주 준비를 하다.

할아버지께서는 매로부터는 아버지의 소식을 전달 받고 할머니로부터는 우리 가족 모두가 알혼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신탁을 들었다. 할아버지께서는 부랴부랴 작은아버지들을 개마고원으로 불러들였다. 공화국을 떠나 알혼섬으로 가야하니 주변정리를 깔끔하게 마무리 하라는 명을 내리기 위해서였다. 우리 가족에게 할머니의 신탁은 반드시 따라야하는 절대적 명령어였다. 할아버지께서는 당이 작은아버지들을 놓아주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로켓 기술을 되도록 많은 연구원들과 학생들에게 전수해 줄 것을 당부하셨다. 할아버지께서는 공동체운영에 헌신적인 몇 사람을 골라 장로로 세우셨다. 할아버지께서는 공동체를 조직하고 단 한 번도 오류를 범하지 않으셨다. 할아버지께서는 할아버지가 없어도 조직이 잘 운영되려면 집단지도체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하..

사람의 기억 2024.01.19

고난의 행군 그리고 아버지의 매가 할아버지의 어께로 돌아왔다.

소비에트연방이 무너지고 공화국은 고난의 행군을 선포했다. 러시아인민들은 빵 한 조각을 얻기 위해 100m 넘는 줄을 서야 한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공화국의 사정은 더 심각했다. 굶주림이 인격을 잡아먹었다. 인격을 상실한 인민들은 국경을 넘어 유랑을 선택했다. 공화국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인민들은 초근목피로 목숨을 연명했다. 깡마른 시간은 더디게도 흘렀다. 고난의 행군이 3년째 지속되자 인민들의 경제난을 빠르게 회복한 러시아로 일자리를 구해 떠났다. 중앙당의 보살핌이 미치지 못하는 평안북도와 함경북도 인민들의 삶은 지옥도를 보는 듯 했다. 다행히 외부세계와 멀리 떨어져있는 백도연공동체는 스스로 생산한 식량으로 여유로웠지만 외부에서 들려오는 슬픈 소식들로 마냥 즐거울 수는 없었다. 중앙당의 식량보급이 그나마 ..

사람의 기억 2024.01.12

작은아버지들의 업적과 아이들이 자라서 맡은 일들

우리 아이들은 신녀 할머니의 능력을 물려받고 작은아버지 두 분은 할아버지의 능력을 물려받았다. 작은아버지들이 우주항공연구소에 들어 간지 몇 년이 지나 당에서 연락이 왔다. 가족들을 평양에서 열리는 축하잔치에 초대한다는 내용이었다. 첫째 작은아버지는 고체, 액체 로켓 연료와 추진체의 기계공학 분야에서 성과를 내었고 둘째 작은아버지는 추진체를 제어하는 전자공학 분야에서 성공적인 연구결과를 내었다. 공화국은 독립운동가와 전쟁영웅, 과학자에 대한 예우를 최고로 해주고 있다. 대가족이 평양에 다녀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화국은 인공위성을 쏘아올리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완성시켰다는 발표를 했다. 고체와 액체 로켓연료를 함께 쓰는 추진체를 완성시킨 작은아버지들은 국가영웅칭호를 받았다. 작은아버지들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사람의 기억 2024.01.11

아이들에게 신녀님의 능력을 나누어주시다.

참으로 신비로운 일들이다. 신녀로서 할머니께서 가지신 능력들을 우리 아이들이 한 가지씩 나누어 가지고 태어났다. 현이는 걷기 시작한 돌 무렵부터 숲 속 동물들을 친구로 삼았다. 작은 동물들 뿐 아니라 맹수들도 현이 앞에서 만큼은 부드러워졌다. 현이 나이 세 살이 되었을 때에는 호랑이, 스라소니, 독수리와 매를 부렸다. 현이가 스라소니를 타고 숲을 달리며 놀 즈음에 린이가 태어났다. 린이는 할머니의 능력 중에 보이지 않는 존재 정령들과 대화하는 능력을 물려받았다. 린이는 태어나면서부터 특별했다. 신녀 할머니께서 아기를 받아 백두연 맑은 물에 아이를 금그자 웃기 시작 하더니 사람의 기척이 바뀔때마다 맑은 웃음을 선물로 주었다. 신녀님의 능력을 셋으로 나누어 물려받은 아이들은 돌이 지날 무렵부터 특별한 능력을..

사람의 기억 2024.01.10

진아의 신비로운 능력

협동농장이 자력갱생의 틀을 만들어가느라 불철주야 노력하는 사이 쌍둥이 작은아버지들은 무럭무럭 자라 김책공업대학 우주항공연구소 연구원으로 들어갔다. 김책 어르신은 할아버지와 함께 항일무장투쟁을 함께하고 통일운동을 함께 하시다 전장에서 돌아가셨다. 할아버지께서는 존경하는 김책동지를 기리는 학교에 들어가 작은아버지들을 자랑스러워하셨다. 개마고원에 여장을 풀고 얼마 되지 않아 딸 진아가 태어났다. 진아는 태어나자마자 백두연에 몸을 담그고 물의 기운으로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시작했다. 진아가 물과 대화를 언제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진아는 물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진아는 신비롭게도 피가 전혀 섞이지 않은 할머니를 닮았다. 외모도 그러하지만 생각과 말투는 정말이지 할머니와 똑 같다. 협동농장..

사람의 기억 2024.01.08

백두연협동농장을 시작하다.

물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할머니는 물을 알고 계셨다. 할머니는 물을 통해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마음의 눈을 가지고 계셨다. 할아버지께서는 할머니에게 항일무장투쟁을 함께 했던 동지들과 가족들이 터를 찾아 달라는 부탁을 했다. 할머니는 물에게 물어 개마고원의 호수를 찾았다. 할머니께서 찾은 호수 '백두연'은 신기하게도 호수로 들어오는 물길은 여러 개가 있지만 백두연에서 나가는 물길은 없다. 더욱 신기한 것은 할머니의 고향 바이칼에만 살고 있는 물개가 백두연에도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확인할 길은 없지만 백두연은 바이칼호수와 땅 속 물길로 이어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할아버지와 함께 백두연에 정착한 가족들은 정치사상과 이념에 환멸을 느낀 사람들로 구성되어있다. 일본제국주의의 폭력성에 환멸을 느끼고 아나키스..

사람의 기억 2024.01.04

알혼섬 어머니의 신탁 천리를 보는 눈을 가진 인연을 만나라

할머니와 작은 아버지를 만나다. 손자와 며느리를 남으로 돌려보내려 했던 할아버지의 노력은 실패했다. 당에서는 파르티잔들이 안전하게 북으로 넘어올 수 있도록 미군정과 포로교환 협상 차원에서 북으로 오는 군인과 일반인들을 일정 기간 동안만 묵인하기로 했다. 그 기간이 지나면 군사분계선을 철저하게 통제한다는 것이었다. 이제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모시는 일은 운명으로 받아들여야한다. 개마고원은 은둔자가 숨어 살기에 어울리는 오지 중에 오지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소련제 포르공 사륜구동 자동차를 타고 두어 시간 오르니 고원에 숨어있는 평야지대가 펼쳐졌다.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평야에는 이산 저산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이 모여 만든 제법 큰 호수가 있고 그 둘레로 작은 마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고갯마루에서 내려..

사람의 기억 2024.01.03

개마고원에 터를 잡다. 휴전선을 넘어서

개마고원에 터를 잡다. 1부 만삭인 아내와 할아버지를 모시고 큰 길을 따라 파주까지 오는 동안에는 아무런 의심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군사분계선을 넘는 일은 위험을 감수해야한다. 할아버지께서는 걱정과 두려움에 긴장하고 있는 손주며느리를 달래시며 검문을 피해 동쪽 산악지대로 당나귀를 몰았다. 오솔길을 따라 깊은 산중으로 들어설 무렵 남쪽에서 활동하다 북으로 퇴각하는 파르티잔 부대를 만났다. 할아버지는 어쩌면 이들을 만나기 위해 이 길을 택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와 함께했던 지난 세월들을 돌이켜보면 우연히 일어난 일들이 결국은 아버지의 계획으로 생긴 일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도 할아버지의 계획도 그러하겠지 싶어 안심이 되었다. 할아버지께서는 나에게 아내와 고향으로 돌아가도 좋다고 ..

사람의 기억 2024.01.01

아! 바이칼 한민족의 기원

사람의 기억을 다시 시작합니다. 오늘부터 올리는 이야기는 2013년 여름 바이칼호수에 있는 알혼섬에서 만난 대장장이 노인과의 대화에서 영감을 얻어 역사적 사실과 경험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우리 가족이 알혼섬에 머물던 시기에 섬에는 몇 개의 게스트하우스가 있었는데 가장 큰 니키타게스트하우스에 방이 없어 근처에 있는 작은 민박집을 소개 받았습니다. 민박집은 새로 지어진 2층 건물이었고 운영하는 처자는 브리야트족으로 한국말을 잘 했습니다. 마당 안쪽에는 신당이 차려져있었고 큰길가에는 농기구를 만드는 대장간이 있었습니다. 대장간은 현대적 도구가 전혀 없고 오로지 풀무와 모루와 망치로 모든 공정을 완성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대장간의 주인은 100세가 훌쩍 넘은 노인이었고 신당의 주인은 곱게 늙은 할머니, 게스트하..

사람의 기억 2023.12.31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