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가는 길

사람의 기억

알혼섬으로 이주 준비를 하다.

솔바위 2024. 1. 1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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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아버지께서는 매로부터는 아버지의 소식을 전달 받고 할머니로부터는 우리 가족 모두가 알혼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신탁을 들었다. 할아버지께서는 부랴부랴 작은아버지들을 개마고원으로 불러들였다. 공화국을 떠나 알혼섬으로 가야하니 주변정리를 깔끔하게 마무리 하라는 명을 내리기 위해서였다. 우리 가족에게 할머니의 신탁은 반드시 따라야하는 절대적 명령어였다. 할아버지께서는 당이 작은아버지들을 놓아주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로켓 기술을 되도록 많은 연구원들과 학생들에게 전수해 줄 것을 당부하셨다.

  할아버지께서는 공동체운영에 헌신적인 몇 사람을 골라 장로로 세우셨다. 할아버지께서는 공동체를 조직하고 단 한 번도 오류를 범하지 않으셨다. 할아버지께서는 할아버지가 없어도 조직이 잘 운영되려면 집단지도체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셨다. 협동농장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성장시킨 진아, 현이, 린이도 자신들을 대신할 동무들을 찾아 교육사업에 매진했다. 진아는 백두연에 살고 있는 물개들을 모두 바이칼호수로 돌려보냈다. 대신에 바이칼호수에 살고 있는 다른 물고기들을 불러들였다. 백두연에 사는 물고기들의 종 다양성을 확보하고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게 하려는 안배였다. 현이는 농장에 있는 돼지 암컷들을 숲으로 보내 멧돼지와의 교배종을 만들어오게 했다 개마고원의 서늘한 날씨 탓에 전염병이 잘 돌지는 않지만 멧돼지와 농장의 돼지가 안전할 수 있도록 하려면 서로의 장점을 나눠가지는 방법이 최선이었다. 어차피 산양들은 스스로 숲과 농장을 자유로이 오고 가며 종을 개량하니 신경 쓸 일이 없다. 린이는 몇 년에 한 번씩 개량해야할 종자들을 다양하게 만들어 놓았다. 린이가 만들어 놓은 종자들은 몇 년에 한 번씩 교잡종을 만들면 농약을 쓰지 않아도 병충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설계해 놓았다.

 

  올해는 감자와 옥수수 수확량이 작년에 비해 삼분의 일 가량이 늘어났다. 농경지를 늘리지 않았고 거름 사용량도 같았지만 린이가 만들어 낸 새로운 종자는 수확량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할아버지께서는 린이가 만들어 낸 종자의 정보를 가지고 평양에 다녀오셨다. 중앙당에서는 작년에 함경도당과 평안도당의 옥수수와 감자 수확량을 보고 받고는 백두연협동농자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이번에 개발한 종자는 고난의 행군을 끝낼 수 있는 결정적 단초가 될 것이라며 당에서는 린이에게 국가영웅칭호를 내릴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할아버지께서는 중앙당에 작은아버지들의 과학적 성과와 린이의 성과를 내세워 온 가족의 러시아 이주를 요청했다. 당에서는 난색을 표했지만 항일 무장투쟁을 승리로 이끈 할아버지의 업적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 다만 당에서는 로켓에 대한 과학적 진보가 있으면 공유해 줄 것과 새로운 종자를 만들면 공화국에 그 정보를 보내 줄 것을 부탁하면서 이주 허가를 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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