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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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기억 55

이야기 넷 백운동계곡에서 1편

이야기 넷 백운동계곡에서 백운동 계곡을 품고 있는 덕태산은 특이하게도 남쪽으로 뻗은 사면만 완만하고 느리고 길다. 덕태산은 봉우리가 덕스럽게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지만 덕태산은 다양한 약초와 풍부한 물과 많은 이야기들을 품고 있다. 산의 대부분은 참나무와 활엽수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참나무 숲이 끝나면 더 완만해진 산에는 아름드리 잣나무가 커다란 숲을 이루고 있다. 잣나무 숲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작은 돌들로 쌓은 작은 논과 밭의 흔적이 보이고 가끔은 머지않은 과거에 마을이 있었을법한 넓고 평평한 터도 보인다. 계곡 건너편에는 나무와 나무 사이에 있는 듯 없는 듯 쓰러져가는 오두막이 보인다. 솔정지 소나무가 있는 곳 까지 백운동 계곡은 조용히 흐른다. 계곡물이 느리게 흐르는 만큼 산은 완만하..

사람의 기억 2023.11.05

이야기 셋 자기 굽는 마을

이야기 셋 자기 굽는 마을 성수산 서남쪽 사면은 흙이 깊고 완만하다. 골이 깊어 물이 풍부하고 산이 깊어 땔감 구하기가 쉽다. 산비탈이 끝나고 평평한 논과 밭이 시작되는 지점에는 자기를 만들기에 좋은 찰진 흙이 무궁무진하다. 『세종실록지리지』에 의하면 호리병 모양의 작은 동네 두원리에 질 좋은 자기를 생산하는 자기소가 있다고 적혀있다. 600년 전부터 살기 시작했다는 최양 선생의 후손들과 자기소는 어떤 인연이 있었을까? 200년 전 천주교인들은 박해를 피해 두원리에 들어와 살기 시작했고 123년 전에 공소를 세우고 신앙을 지키며 살아갔다. 600년 전에는 자기를 만들었고 동네 어르신의 기억에는 60여 년 전까지 사기그릇을 만드는 가마가 있었다 한다. 천주교 공소는 성당이 너무 멀어 성당에 가고 싶어도 가..

사람의 기억 2023.11.04

이야기 둘 만육 최양선생 돈적소에서 내린 물

이야기 둘 만육 최양선생 돈적소에서 내린 물 섬진강 발원지를 데미샘으로 정하고는 있지만 팔공산과 성수산에서 시작된 물도 발원지라 할 만큼 멀고 깊고 높다. 팔공산 아래에는 세상 사람들을 피해 숨어 살다가 생을 마감하신 최양 선생 돈적소가 있고 그 근처에서는 물이 시작된다. 깊은 동굴의 끝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은 샘을 이루지 못하고 자갈밭으로 스며들어 버리지만 물이 시작되는 곳이기는 맞다. 여기에도 샘을 파 놓는다면 물이 고이기는 하겠다. 동굴이 위치한 곳이 해발 850m이고 진안에서 장수로 넘어가는 고개가 860인데 고갯마루에서 선각산쪽으로 100m정도 걸어가면 장수쪽, 사면에도 샘이 있다. 틀림없이 물이 솟아나는 샘이긴 한데 샘터를 벗어나 흐르지는 못한다. 해발 1,000m가 넘는 산들은 8부 능..

사람의 기억 2023.11.04

이야기 하나 데미샘

이야기 하나 데미샘 데미샘에서 천상데미쪽을 바라보면 온통 바위와 돌들로 이루어진 너덜겅이다. 저 돌들에서 방울방울 떨어진 물방울들이 모여들여 제법 큰 샘을 이루었다. 일반적으로 돌너덜겅이, 너덜지대에는 나무가 자라지 못하지만 물이 나는 데미샘 주변에는 굵직한 아름드리나무들이 돌들을 품고 자라고 있다. 이끼를 키우는 돌들은 물을 품고 있다가 물을 내놓는 것인지 돌들이 물을 만들어 내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끼를 품은 돌들은 하나같이 물방울을 맺어 떨구고 있다. 데미는 더미를 이르는 말이고 돌더미에서 방울방울 떨어지는 물을 사람들은 신기해하며 하늘이 내려준 생명수로 보았을 것이다. 데미샘 위쪽에는 천상데미라 불리는 작은 봉우리가 있다. 천상데미는 하늘로 올라가는 봉우리라는 뜻이다. 천상으로 올라가는 봉우리 아..

사람의 기억 2023.11.04

길을 나서며

길을 나서며 사라져 버린, 언젠가 사라질, 사라지지 않을, 살아가고 있는 것들과 이야기를 나누려 합니다. 물은 높은 곳에서 시작해 계곡을 빠르게 지나고 시냇물을 이루고 시냇물이 모여들어 강을 이루다가 바다에 닿아서는 다시 산으로 돌아옵니다. 물들의 여행은 시간차를 두고 이루어집니다. 오늘 여행을 시작한 물방울이 며칠 뒤에 제자리로 돌아오기도 하고 어떤 물방울은 계곡을 세차게 흐르다가 시냇물을 만나고 시냇물이 모여드는 곳에서 먼 바다로 순간이동을 합니다. 시냇물이 모여 강을 이루고 강은 고요하게 흘러 바다에 닿아서는 또 다른 여행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흐르는 물처럼 우리도 오고 가기를 반복하며 살아왔고 살아가고 살아갈 겁니다. 우리 곁에는 아버지의 아버지 할아버지의 아버지의 삶부터 오늘까지를 지켜보며 살아..

사람의 기억 2023.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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