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기억을 다시 시작합니다. 오늘부터 올리는 이야기는 2013년 여름 바이칼호수에 있는 알혼섬에서 만난 대장장이 노인과의 대화에서 영감을 얻어 역사적 사실과 경험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우리 가족이 알혼섬에 머물던 시기에 섬에는 몇 개의 게스트하우스가 있었는데 가장 큰 니키타게스트하우스에 방이 없어 근처에 있는 작은 민박집을 소개 받았습니다. 민박집은 새로 지어진 2층 건물이었고 운영하는 처자는 브리야트족으로 한국말을 잘 했습니다. 마당 안쪽에는 신당이 차려져있었고 큰길가에는 농기구를 만드는 대장간이 있었습니다. 대장간은 현대적 도구가 전혀 없고 오로지 풀무와 모루와 망치로 모든 공정을 완성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대장간의 주인은 100세가 훌쩍 넘은 노인이었고 신당의 주인은 곱게 늙은 할머니, 게스트하우스는 젊고 예쁜 손녀였습니다. 알혼섬에 머물던 일주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샤먼의 성지 불한바위에 가서 해가 뜨는 것과 지는 것을 동서양 신녀들과 함께 지켜보았습니다. 낮에는 대장장이 노인과 옛이야기를 나누었고 가끔은 신녀에게서 계시를 받기도 하고 예쁜 처자와는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알혼섬에서 대대로 신녀로 살아온 할머니의 이야기와 독립운동가로 활동하다가 블라디보스톡에서 러시아군으로부터 무장해제를 당하고 브리야트족 처녀의 도움으로 목숨을 부지하고 오랜 세월 북한에 살다가 우리 민족의 근원인 알혼섬으로 돌아와 본연의 삶을 살아내시던 대장장이 신씨 어르신의 이야기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자손들은 모두 한국으로 이민을 가고 할머니의 신당을 물려받을 손녀만 남아 알혼섬을 지키며 할머니의 할머니 오랜 할머니로부터 내려오던 계시가 이루어질 날을 기다리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정도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해 이야기를 이끌어 가겠지만 이야기의 근간을 이루는 줄거리를 사실임을 밝힙니다. 이야기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경험과 생각이 주로 반영되기 때문에 사상, 이념, 정치, 종교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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