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농장이 자력갱생의 틀을 만들어가느라 불철주야 노력하는 사이 쌍둥이 작은아버지들은 무럭무럭 자라 김책공업대학 우주항공연구소 연구원으로 들어갔다. 김책 어르신은 할아버지와 함께 항일무장투쟁을 함께하고 통일운동을 함께 하시다 전장에서 돌아가셨다. 할아버지께서는 존경하는 김책동지를 기리는 학교에 들어가 작은아버지들을 자랑스러워하셨다.
개마고원에 여장을 풀고 얼마 되지 않아 딸 진아가 태어났다. 진아는 태어나자마자 백두연에 몸을 담그고 물의 기운으로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시작했다. 진아가 물과 대화를 언제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진아는 물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진아는 신비롭게도 피가 전혀 섞이지 않은 할머니를 닮았다. 외모도 그러하지만 생각과 말투는 정말이지 할머니와 똑 같다. 협동농장의 부모들이 일을 나가면 아이들을 돌보는 역할은 할머니께서 맡으셨다. 할머니께서는 마을에서 신녀 역할을 주로 하시지만 전쟁 중에 장애를 얻은 동지들과 아이들의 교육과 돌봄을 책이지신다. 신녀 할머니도 진아의 능력에 놀라워하셨다.
진아가 세 살이 될 무렵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다. 백두연은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줄지 않고 장마가 져도 물이 불지 않았다. 호수로 흘러드는 물줄기는 38개가 있는데 나가는 물길이 없다는 것도 신비로웠다. 신녀님도 마을 사람들도 신비한 호수의 비밀을 알고 싶어 했다. 신녀님은 아침에 집을 나가 점심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는 진아를 찾아 호수로 갔다. 그 곳에서 물개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진아를 발견했다. 진아가 동물들과도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물개들과 웃고 떠들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진아를 볼 때면 늘 신기했다. 할머니도 신녀로서 물이 아는 것은 대부분 안다고 자부 했지만 진아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다는 생각을 했다. 할머니는 내친김에 바이칼호수와 백두연에 대해 물으셨다. 진아는 바이칼호수를 묘사하는데 머뭇거림이 없었다. 바이칼호수는 108개의 강물이 모여들고 한 개의 강으로 물이 빠져나간다. 물이 빠져나가는 앙가라강은 유속이 너무 빨라 위험한 강이다. 바이칼호수는 너무 거대해서 물이 늘어도 줄어도 별 표가 나지 않는다. 앙가라강 밑으로 백두연으로 연결된 물길이 있는데 이 물길은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고 계절에 따라 방향이 반대로 바뀐다. 그래서 백두연의 물은 언제나 일정하게 유지되고 물개들도 빠른 물길을 따라 바이칼과 백두연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 백두연과 바이칼을 연결하는 물길은 매끈한 튜브로 연결되어있어 거침이 없고 안전하다. 진아는 물과 물개가 전해준 이야기를 할머니에게 들려주었다. 진아가 물에 사는 동물들과 해맑게 자라나는 사이 천진난만하고 순진무구한 남동생 현이와 여동생 린이가 태어났다.
'사람의 기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아버지들의 업적과 아이들이 자라서 맡은 일들 (30) | 2024.01.11 |
---|---|
아이들에게 신녀님의 능력을 나누어주시다. (26) | 2024.01.10 |
백두연협동농장을 시작하다. (22) | 2024.01.04 |
알혼섬 어머니의 신탁 천리를 보는 눈을 가진 인연을 만나라 (18) | 2024.01.03 |
개마고원에 터를 잡다. 휴전선을 넘어서 (25) | 2024.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