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가는 길

사람의 기억

백두연협동농장을 시작하다.

솔바위 2024. 1. 4. 14:49
728x90
반응형

  물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할머니는 물을 알고 계셨다. 할머니는 물을 통해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마음의 눈을 가지고 계셨다. 할아버지께서는 할머니에게 항일무장투쟁을 함께 했던 동지들과 가족들이 터를 찾아 달라는 부탁을 했다. 할머니는 물에게 물어 개마고원의 호수를 찾았다. 할머니께서 찾은 호수 '백두연'은 신기하게도 호수로 들어오는 물길은 여러 개가 있지만 백두연에서 나가는 물길은 없다. 더욱 신기한 것은 할머니의 고향 바이칼에만 살고 있는 물개가 백두연에도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확인할 길은 없지만 백두연은 바이칼호수와 땅 속 물길로 이어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할아버지와 함께 백두연에 정착한 가족들은 정치사상과 이념에 환멸을 느낀 사람들로 구성되어있다. 일본제국주의의 폭력성에 환멸을 느끼고 아나키스트로 활동 하다가 조선의 독립운동에 동참한 일본인들도 있고 세계 평화를 위해 독일과의 전쟁을 한다는 러시아정부가 몽골을 식민지로 삼은 것에 반대 하다가 러시아정부로부터 유배당한 러시아 철학자도 있다. 물론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은 항일무장투쟁을 함께한 동지들과 동지들의 고향에서 불러 모은 가족들이다.



  할아버지께서 이끄시는 백두연협동농장은 조선노동당의 규율을 따르고 지원을 받고는 있지만 러시아철학자 시지프로스키의 연줄로 영국과 프랑스 진보당과 멕시코 사파티스타 민족해방전선과 제 3세계 노동자 동맹과도 인연을 맺고 협동농장 자체로 무역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나키스트 무라카미 류는 일본 적군파와 사회민주당과 연계해서 백두연협동농장이 일본과 독자적으로 무역을 할 수 있게 도왔다. 백두연협동농장에서는 주식으로 감자와 옥수수를 생산하고 산양을 길러 우유와 치즈를 만들었다. 치즈를 만드는 기술은 시지프로스키가 프랑스에서 초빙한 장인이 전수해주었다. 개마고원의 차가운 기온과 맑고 차가운 백두연의 물은 고추냉이를 생산하기에 최고의 조건이었다. 공동체에서 생산된 고추냉이는 일본과 유럽으로 팔려나갔다. 고추냉이와 치즈를 팔아서 벌어들이는 외화는 조선노동당의 지원 없이도 공동체가 풍요롭게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개마고원의 자연환경은 산양과 고추냉이를 기르는데 최고였고 프랑스와 일본과의 교역량은 날이 갈수록 늘어났다. 조선노동당은 백두연공동체를 아주 작은 독립국가로 인정하고 국제무역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백두연공동체가 자리를 잡아가자 할아버지는 다시 매사냥을 시작하셨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