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겨울이 찾아왔고 매가 돌아왔다. 딸아이들은 다들 시집을 가서 도시로 나갔다. 먹고 살 길이 막막해서 도시로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도시로 떠나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서 도시로 나가지 않으면 바보취급을 받기도 했다. 산골마을에 남은 사람들은 늙고 노회한 사람들이거나 늙은 부모를 봉양해야하는 무녀리들이었다. 도시로 나간 이들은 잘 살 거라 생각했지만 산골마을에서 쌀을 가져갔고 무녀리들은 소를 팔아 도시에 사는 동생들에게 돈을 보냈다. 도시는 눈뜨고 코를 베어가는 세상이었고 숨만 쉬어도 돈이 든다고 했다. 산골에 사는 무녀리들은 무녀리의 역할을 잘 해냈다. 일하는 소가 먼저 사라졌는지 경운기가 먼저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논과 밭에서는 시끄럽게 딸딸거리는 경운기가 주인행세를 했다. 한 식구로 살아가던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