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마고원에 터를 잡다. 1부 만삭인 아내와 할아버지를 모시고 큰 길을 따라 파주까지 오는 동안에는 아무런 의심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군사분계선을 넘는 일은 위험을 감수해야한다. 할아버지께서는 걱정과 두려움에 긴장하고 있는 손주며느리를 달래시며 검문을 피해 동쪽 산악지대로 당나귀를 몰았다. 오솔길을 따라 깊은 산중으로 들어설 무렵 남쪽에서 활동하다 북으로 퇴각하는 파르티잔 부대를 만났다. 할아버지는 어쩌면 이들을 만나기 위해 이 길을 택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와 함께했던 지난 세월들을 돌이켜보면 우연히 일어난 일들이 결국은 아버지의 계획으로 생긴 일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도 할아버지의 계획도 그러하겠지 싶어 안심이 되었다. 할아버지께서는 나에게 아내와 고향으로 돌아가도 좋다고 ..